표기법을 지키려면 "'스켈리턴 신성' 윤성빈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(FIBT) 월드컵 8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"고 써야 한다. via 황규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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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코미디

 

 

황규인

▌어떤 코미디 혹은 천안아산역→서울역 단상.txt

영어로 'skeleton'이라고 쓰는 썰매 종목이 있다. (아래 사진)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저 낱말은 한글로 '스켈리턴'이라고 써야 맞다. 문제는 이 종목 관련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 이름이 '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'이라는 것이다. 스켈리턴이 아니라 '스켈레톤'이라고 썼다. 자연스레 이 종목 국제 기구 FIBT도 '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'이라고 번역한다. 그래서 표기법을 지키려면 "'스켈리턴 신성' 윤성빈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(FIBT) 월드컵 8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"고 써야 한다.

당연히 이런 일이 이 사례 하나가 아니다. 일본 도요타자동차 창업주 가문 성씨 豊田 역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'도요타'로 쓴다. 그런데 이 회사 한국 법인 이름은 '토요타자동차'다. 그래서 일본 회사는 도요타고 한국 지사는 토요타다. 마찬가지로 독일 폴크스바겐도 한국에 오면 '폭스바겐코리아'가 된다. 꼭 이렇게 써야 할까.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. 테니스 선수 Caroline Wozniacki는 외래어 표기 규정에 따라 쓰면 이름에 여성기가 등장해 '보즈니아키'로 순화해 쓰는 경우다.

이건 정작 광둥어(廣東語)를 쓰는 주윤발(周潤發)을 표준중국어 발음을 따라 '저우룬파'라고 쓰는 것하고는 또 다른 문제다. 그러니까 이 쪽이 불규칙 동사라면 저 쪽은 완전불규칙 동사 같달까. (생각해 보니 한자 '광동어'를 광둥어라고 적는 것도 코미디. 그러면서 쓸 때는 간체가 아니라 정자체로 쓴다. 그러고 보니 정작 본인은 신자체로 쓰는 일본 사람 이름도 정자체로 써야 한다) 이런 건 제 아무리 신경을 기울여도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틀릴 수밖에 없다. 기준 없이 쓰자는 건 아니고, 규정상 어떤 게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쓰면 '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'은 이 둘을 구분한다는 얘긴데 정말일까?


 

Posted by 이지넷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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